작곡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Animenz의 ‘인생의 회전목마’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 Yeoul Choi
- 9월 13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15일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삽입된 영화음악으로,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서사적 매력이 돋보이는 걸작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Animenz의 손에 들어오면 이 곡은 단순한 피아노 편곡을 넘어선, 하나의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하는데, 피아노라는 단일 악기의 표현력과 기교적 한계를 다양한 기법으로 확장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 당신이 인생의 회전목마의 도전적인 피아노 악보를 찾고 있다면, 이 글이 꼭 필요한 안내서가 될 수 있습니다. 작곡가의 시선으로 볼 때, Animenz의 편곡은 어떻게 분석될 수 있을까?를 시작으로 우선 이 곡의 기반이 되는 장르, 왈츠부터 살펴보고자 합니다.
왈츠 이야기
왈츠는 19세기 유럽에서 가장 성행하였던 3박자 계열의 춤 장르를 일컫습니다. 남녀가 서로 안고 원을 그리며 춤추는 것이 왈츠 춤의 특징인데, 4분의 3박자이며 강-약-약 패턴의 리듬을 가집니다.
왈츠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데, 춤 장르로서의 왈츠와 이를 기반으로 한 클래식 음악 작품을 의미합니다. 특히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왕성하게 활동했던 클래식 음악가들은 이 왈츠를 소재로 많은 피아노 작품, 오케스트라 작품 등을 작곡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쇼팽이 대표적인 피아노곡 작곡가로 꼽힙니다. 쇼팽의 왈츠 Op.34 No1 in Ab Major는 ‘화려한 왈츠 (Valse Brillante)’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화려하면서 정제된 왈츠의 리듬 안에서 펼쳐지는 피아노 테크닉이 담겨있습니다.
인생의 회전목마에 실린 왈츠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는 강-약-약의 왈츠리듬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선율들이 특징입니다. 또한 이에 얹어진 다채로운 오케스트레이션은 듣는 이를 즐겁게 합니다.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라도 봐도 무방한 이 왈츠라는 장르의 매력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의 특색에 맞게 현대의 영화음악으로 재탄생할 정도이며, 또한 연주가들도 왈츠를 연주하는 것에 매료되어왔습니다. Animenz의 편곡도 기본적으로 왈츠의 구조를 따랐는데, 쇼팽의 왈츠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돋보이며 편곡자 본인의 판타지와 상상력 또한 눈여겨볼만 합니다. Animenz는 자신의 편곡 설명에서 영화의 내러티브를 따라 변주의 기법을 사용하였고 새로 작곡된 부분도 추가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자, 그러면 Animenz의 ‘인생의 회전목마’를 조금 더 깊게 파헤쳐봅시다.
구조적 장치로서의 변주
Animenz는 “변주 기법(Variation)”을 사용하여 자신만의 음악적 구조를 정교하게 다듬습니다. 원곡에 충실한 인트로인 A섹션 이후 음악은 왈츠 리듬으로 전환되며, g단조 화음(D–G–B♭–D)의 펼쳐지는 상행 음형으로 이루어진 주제가 다시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원곡과는 다르게 처리했는데, 옥타브 트레몰로를 선택하여 변주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 부분의 악보를 살펴보면 quasi mandolino라는 표기가 있는데, 이는 “만돌린처럼 연주하라”는 의미를 가지며, 만돌린은 기타처럼 생긴 발현악기로 줄을 튕겨 진동에 의해 소리를 내게끔 되어있습니다. 기타보다도 다이나믹이 한단계 낮고 부드러운 소리가 특징인데 이러한 특징을 피아노로 구현함과 동시에 변주효과까지 주었습니다.
변주로 알아보는 클래식 음악의 흔적
또 눈여겨볼 바리에이션 부분은 F 섹션입니다. 인트로 부분을 끌고가는 아이디어가 또다른 모티브로 활용이 되어 변주되었으며 tempo rubato (자유로운 템포로 연주하라는 뜻이다) 의 표기로 마치 협주곡에서의 카덴차의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섹션 G 는 6/8 meter 로 변박하여 춤곡 특유의 리듬은 유지하되 좀더 빠른 호흡으로 곡을 이끌어가며, 섹션 I의 후반부는 매우 화려한 반음계적 상행 진행으로 변주가 전개되는데, 이는 마치 쇼팽의 에튀드를 떠올리게 한다.
쇼팽과의 또 다른 연관성은 Section J와 K에서 두드러집니다. 원래의 3/4박자 왈츠 리듬으로 돌아와 새로운 변주가 시작되는데, pp(아주 여리게)로 시작하여 하프를 연상시키는 듯한 아르페지오와 왼손 내성부의 섬세한 대선율이 원곡의 선율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청중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게 만듭니다.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쇼팽의 왈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하고 매우 빠른 리듬의 피아노 스케일이 펼쳐집니다.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피아노 테크닉
Animenz는 단순한 편곡을 넘어, 화려한 피아노적 장치들을 통해 극적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킵니다. 옥타브 진행과 트레몰로의 텍스처는 선율의 장엄함을 확대하며, 서정적인 선율을 웅장한 클라이맥스로 변모하게끔 합니다. 빠르게 흩어지는 분산화음은 하프의 글리산도나 소용돌이치는 현악기를 연상시키며, 음악을 회전목마가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가는 듯한 속도로 몰아갑니다. 극단적인 다이내믹 변화, 예를 들면 속삭이듯 여린 pp(피아니시모)에서 천둥 같은 FF(포르티시모)까지의 변화는 주인공인 하울과 소피의 혼돈과 사랑의 여정을 따라가는 듯한 감정의 변화를 그려냅니다. 이렇게 섬세하게 만들어진 이 모든 스토리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연주자에게 민첩성뿐만 아니라 통제력이 요구되며, 화려한 기교 속에서도 이야기의 선율이 사라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작곡적 변모
Animenz의 편곡이 특별한 이유는 피아노를 새로운 작곡의 기회로 여기며 마치 빈 캔버스처럼 다룬다는 점입니다. 원곡에는 없는 카덴차와 장식적인 전환부를 추가하여 주제가 재현되기 전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또한 새로운 화성적 아이디어도 추가하고 Rubato(루바토)를 활용해 연주자가 숨을 고를 수 있는 여백을 만든 뒤, 다시 빠른 속주의 흐름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편곡은 히사이시 조의 주제에 충실하면서도, 낭만주의적 피아니즘과 영화적 강렬함이 결합된 Animenz만의 목소리를 들려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곡가의 시선
작곡가라면 누구나 오케스트라적 상상력을 단일 악기인 피아노로 옮기는 문제와 씨름합니다. Animenz는 탁월한 스토리 텔링과 연주자입장에서의 통찰을 통해 피아노가 단순히 음표를 담는 그릇을 넘어, 작품의 스토리 전체를 담아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그의 편곡은 축소판이 아니라 재창조라고 할 수 있으며, 피아니스트의 두 손 안에서 색채와 에너지, 감정을 새롭게 불어넣은 새로운 음악으로도 여겨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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